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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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열정을 어떻게 착취하는가: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읽고 

 

 나는 이 책에서 내내 소재로 삼는 열정의 가치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음악이나 공연, 영화 등 전반적인 문화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도 열정을 가지고 음악이나 디자인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문화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밥 대신 꿈을 선택하고 열정에 매달리는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한다. ‘열정 노동은 사회를 다채롭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그래서 그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젊은이들에게 겉으로 멋있어 보이는 열정 노동을 부추기는 한편 그 이면에서 수많은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화가 났다. 우리 사회에는 문화 산업이 꿈을 파는 직업인만큼 좋아서 하는 일이면 임금은 적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관행이 만연해있다. 이 책은 이러한 잘못된 한국 사회의 노동 착취 사례를 끄집어내어 비판한다.

 

 요즘 TV나 책에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꿈을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만큼 열정적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열정을 닮아가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사회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자신들의 나쁜 습관, 그들보다 부족한 열정, 노력 탓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이 정부에서 청년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의 시스템을 탓하는 대신 청년 노동자들이라는 개인을 탓하도록 비겁한 궁여지책으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워킹푸어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성공 사례를 들먹이며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 탓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과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의 무게를 가늠하여 좀 더 열정이 있는 청춘들을 고용하려고 한다. 그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적은 봉급, 가혹한 노동시간, 비정규직의 불안함 등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가를 판단하여 젊은이들의 열정에 대한 조작적인 정의를 내리려 한다. 이 게임에서 탈락된 자들은 단지 열정이 부족하다는 말로 표현된다. 결국 청년들의 열정에 대한 대우보다는 강요된 열정을 통해 노동력을 요구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많은 청년들이 꿈으로 갖는 프로게이머의 연봉이 천만원인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하고 청년들은 그만큼 열정의 꿈에 부푼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있는 다른 청년들은 많으니 돈이 적으면 나가라는 식의 노동착취가 막상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과거의 노동자들은 일을 하는 이유가 생계와 연결되어 있어 파업을 곧잘 하곤 했지만, 지금 열정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은 노동자로서의 어떠한 연대 의식을 가지기조차 힘들다. 이런 식으로 열정 노동을 사회가 부추기는 상황은 열정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열정이란 부정적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며 일종의 미덕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래서 열정이 모든 일의 동기가 되고 돈을 버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불편하고 힘 빠지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열정조차 자본가들이 이용하기 좋은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비판과 폭로를 나열하는 방식 또한 읽는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수많은 사례들은 사회의 불합리함과 열정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암울한 현실을 돌아보고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통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 

 

- 20136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