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를 보내며
Music

 작년 7월 말부터 8집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이어폰을 귀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음악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고 서태지 정신을 가르쳐주었다. 두 장의 싱글 앨범과 한 장의 정규 앨범, 수많은 공연과 활동을 거쳐 벌써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또 다시 그를 떠나보내고 4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서태지를 존경한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정으로 미칠 줄 아는 ’매니아’다. 어떤 것에 모든 것을 과감히 걸 수 있는 정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다. 타협하지 않는 과감한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 나는 그래서 서태지라는 사람이 좋고 서태지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태지와 아이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댄스 그룹으로 데뷔한다. 우리말을 사용한 랩 가사를 도입하고 이후 앨범 4장 모두 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다. 1집에 댄스라는 장르로 인기에 안주할 수 있었음에도 매 앨범마다 실험적이고 변화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여 90년대 문화를 주도하는 우상이 된다. 서태지가 시도하는 것은 트렌드가 되고, 기존의 잘못된 관습들에 거침없이 저항하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1996년, 창작의 고통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하는 비운의 문화 대통령이 된다.



F.M Business

지금의 국내 가요계는 상업성과 상술로 나날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후크송이라는 가요계의 흐름에 편승하여 비주얼만으로 무장한 채 소속사와의 상업적인 계약을 맺고 '상품'이 되어 팔려다니는 것이 요즘 가수들의 현실이다. 서태지는 이 '엉망진창 음악 산업(F.M Business)'을 거부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자신을 상품화시키는 기획사와 결별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립하였으며, 당시에는 생소하던 저작권과 초상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공윤의 불합리한 사전 심의 제도에 대항하여 결국 폐지를 이루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잘못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주류 질서의 전복자'였다.


이들 으로

'재미있으니까', 서태지가 즐겨쓰는 말 중 하나다. 4년이라는 시간을 음악을 만드는 데에 투자한다.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음악을 순수하게 음악으로서 느끼고 대하는 데 충분히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어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피터팬 컴플렉스'일지도 모른다. 모형을 제작하거나 RC카를 조종하고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모습을 가진 서태지가 나는 좋다.



서태지를 보내

그와 8집 활동을 함께한 지 398일이 지났다. 새로운 노래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헤어짐이 아쉽지만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서태지를 보내주어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지금까지의 서태지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매니아들을 위해 자신의 음악을 바치는 서태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홉 번째 소리를 기다리며...


ps. 

서태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생각들을 그저 정리하고자 쓴 포스트입니다. 오래 전부터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많이 늦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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