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향한 비상, 트루먼 쇼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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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이 허구이고 연극이라면? 사소한 사물 하나까지도 날 위한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면? 진실되게 믿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치욕스러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만연히 제기되는 회의론으로 비유하자면 트루먼이 살고 있는 공간은 모방된 현실의 복제품, 시뮬라크르의 세상이다.


 현실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는 회의론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주인공 트루먼은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이다. 트루먼이 진실이라 믿고 생활하는 그 국가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철저히 위장된 공간에 불과하다. 바다 너머에는 벽이라는 게 존재하며 마을 사람들과 7살 부터 함께한 친구, 심지어 그의 부모님까지 모두 주인공 트루먼을 속이기 위해 동원된 배우들이다. 평생을 연극 극본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트루먼, 그는 전 세계인에 의해 주목받는 스타이자 동물원에 갇힌 광대 원숭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트루먼이 너무 가엾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영화는 놀랍게도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것들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었다. 나는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수 없이 해왔다. 나를 둘러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이것이 누군가가 나를 놀리고자 만든 연극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그 사실을 주위 사람들한테 말했을 때의 시큰둥한 반응들을 보고는 그 사람들 역시 한 패가 아닐까 하는 엽기적인 생각도 가끔 해봤다.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그런 생각, 나와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영화라는 매체로 이 생각들이 그대로 구체화되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 걸친 드라마를 죄책감 없이 제작하는 제작팀과, 그것을 그저 바라보며 묵인하는 세계의 시청자들에 대해 너무 화가 났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윤리적 문제조차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그런 제작진과 청중들을 등장시킨 것은, 트루먼쇼가 끝나자 바로 다른 채널로 돌리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트루먼 쇼라는 강력한 대중 미디어 하에 무엇이든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한 편 봤다. 짐 캐리의 뛰어난 연기력과 영화로서는 과감한 소재를 내세워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소재부터 시작해서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허구적 요소가 상당하다. 30년 동안 한 사람이 아무리 잘 짜여졌다고 한들 극본에 속고 살 수가 있을까? 한 국가를 이룰만한 연기자들의 인력이 동원될 수는 있을까?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허구성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끝도 없다. 영화는 픽션이고 허구성이 가미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상징성을 띄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 나온 모든 내용을 실제로도 그럴거라고 받아들인다면 큰 오산이다.


 '피지섬'이라는 이상향을 찾아 나서던 트루먼은 자신이 30년 동안 살던 세계가 사방이 막힌 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 크리스토프는 그가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할거라 장담하지만 트루먼은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긴 여행과 처절하리만한 고생 끝에 갇혀있던 새장을 나와 더 넓은 세계로 비상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모방된 현실 속 삶을 벗어나 자신만의 이데아를 찾아 나아가는 동굴 속 죄수와도 같았다. 어쩌면 트루먼의 일생은 지금 당장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나 자신, 그리고 현재의 보금자리에 안주하여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트루먼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더 넓은 곳을 향해 비상하라고 말해주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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