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묻어있던, 나를 간직하던 추억
정들었던 인연, 공간, 다신 오지 않을 시간.
모두 떠나가고 다시 나 홀로 남아있다.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던, 이젠 익숙하고 편안한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나에게서 사라진다.
어설픈 작별 인사만을 남기고
다들 바쁘게 어딘가로 자기 길을 찾아가고
또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서 있지만
나는 여기도 저기도 아닌 채 덩그러니 남겨져
어딘지 모를 나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젠 현실과 더 가까워져야 할 시기.
남들과 같은 생각을 품는 게 당연할 나이.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꿈을 바라보며 현실에 서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아득해지고 희미해질까.
지금의 내가 애써 붙들고 있는 꿈들 또한
내가 정들어있던 모든 것들이 언젠가 그러하듯
마치 새롭게 시작하라고 나를 떠밀듯
나만 황량한 벌판에 남겨둔 채
다 떠나버리진 않을까.
떠나버리고, 결국 잊혀져버릴 모든 것들이
나는 너무 슬프다.